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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항

소설

그 여자는 두 번째 남자의 골분骨粉을 안고 테트라포드 위에 올랐다. 이제 내려놓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밤새 말 없는 뼈를 놓고 혼절할 때까지 마신 술이 중력을 뺏어가 휘청거린다. 짓찧어도 바스라 지지 않을 모진 운명에 절망보다 더한 환멸을 느낀다. 서른셋 나이로 두 번째 남자를 사별하는 박복한 년이 되었다. 보듬어 안고 미칠만하면 세상을 뜨는 남자들, 망연함은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눈물마저 소금기를 잃었다. 사랑이 숙성될만하면 세상 밥을 외면하는 남자라는 것들의 부실한 목숨에 여자는 허탈해진다. 하늘이 동쪽부터 열리고 날빛 먹은 해풍이 여자의 검은 치맛자락에 안긴다. 일출 바다는 아침 산고로 몸을 틀고 출항하거나 돌아오는 발동선 소리가 비릿한 새벽을 꽃잎처럼 터트린다. 동트는 아침은 신비롭고 ..
그 여자는 두 번째 남자의 골분骨粉을 안고 테트라포드 위에 올랐다. 이제 내려놓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밤새 말 없는 뼈를 놓고 혼절할 때까지 마신 술이 중력을 뺏어가 휘청거린다. 짓찧어도 바스라 지지 않을 모진 운명에 절망보다 더한 환멸을 느낀다. 서른셋 나이로 두 번째 남자를 사별하는 박복한 년이 되었다. 보듬어 안고 미칠만하면 세상을 뜨는 남자들, 망연함은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눈물마저 소금기를 잃었다. 사랑이 숙성될만하면 세상 밥을 외면하는 남자라는 것들의 부실한 목숨에 여자는 허탈해진다.

하늘이 동쪽부터 열리고 날빛 먹은 해풍이 여자의 검은 치맛자락에 안긴다. 일출 바다는 아침 산고로 몸을 틀고 출항하거나 돌아오는 발동선 소리가 비릿한 새벽을 꽃잎처럼 터트린다. 동트는 아침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여자의 시선은 열려오는 은빛 바다로 떠나가 있다. ‘이제 툴툴 털고 잘 가거라. 남겨질 것 하나 없는 세상, 훨훨 벗고 영혼의 파도로 억겁 세월 춤을 추며 살아라. 뼈를 뿌리는 염원은 처연해도 정작 눈물 같은 건 없었다. 얽혀 살았던 지난 기억들이 가슴 깊은 곳에 자맥질하고 일렁이는 슬픔은 칼질당한 오징어처럼 내장을 비운 채 아침볕을 끌어안는다.
등단 20년 세월에 비로소 두 번째 소설집을 편다. 에세이 '사랑한다는 말'과 소설 '황홀한 고통을 종이책으로 펴냈던 일이 있다. 절판된 지 몇 해 되어 전자책으로 다시 만들면서 오래전에 퇴고를 마친 글을 엮어 전자 소설책을 만든다. 감포항은 1980년 초에 필자가 체험한 영매자와의 스토리를 엮은 넌 픽션적 내용을 소설화했다. 오래 살다 보면 참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되고 그것이 한 장르의 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림이라는 장르가 내 본업이지만, 문학은 내 의식의 외피 같은 것이어서 대중과의 대면을 문장으로 시도해 본다. 상당히 끌리는 부분이어서 십여 권 책 분량의 원고를 정리하는 대로 전자책을 만들 것이다. 판매의 승부보다는 근면한 자신과의 믿음을 실행하기 위한 걸음이다. 앞으로 자주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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