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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비행사의 노래

시집

술 취한 비행사의 노래 홀연히 떠날 수 있는 피 양처다.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가상공간이며 감정 조절이 자유로운 쾌감이다. 달리다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이며 속도만큼 흔적을 남기는 스피드 마크다. 아픔은 상처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지만, 사유의 아픔은 진실을 소명하는 문장을 남긴다. 덧나거나 짓무를수록 깊어지는 아픔을 채득하는 일이 문학의 진혼을 추구하는 일이기에 치유의 병력을 이끌고 난중일기를 쓰는 것이다. 모든 은유의 밀실을 드나들며 언어의 포획을 위한 그물을 치는 것이다. 버려지는 일상을 정비하고 굽이마다 방점을 찍어 기록하는 시간의 매듭을 만들고 부수는 장인처럼, 썼다가 지우는 행위는 곧 퇴고의 무두질이다. 의식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고 나와 소통하는 비상구다. 닫힌 공간에서의 자유..
술 취한 비행사의 노래

홀연히 떠날 수 있는 피 양처다.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가상공간이며 감정 조절이 자유로운 쾌감이다. 달리다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이며 속도만큼 흔적을 남기는 스피드 마크다. 아픔은 상처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지만, 사유의 아픔은 진실을 소명하는 문장을 남긴다. 덧나거나 짓무를수록 깊어지는 아픔을 채득하는 일이 문학의 진혼을 추구하는 일이기에 치유의 병력을 이끌고 난중일기를 쓰는 것이다.

모든 은유의 밀실을 드나들며 언어의 포획을 위한 그물을 치는 것이다. 버려지는 일상을 정비하고 굽이마다 방점을 찍어 기록하는 시간의 매듭을 만들고 부수는 장인처럼, 썼다가 지우는 행위는 곧 퇴고의 무두질이다. 의식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고 나와 소통하는 비상구다. 닫힌 공간에서의 자유의지이며 분출과 확산을 도모하는 항력이다. 나를 다듬고 가누고 연마하는 풀무질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조력의 에너지로 내 곁에 둔다.
등단 20년 세월에 비로소 시집이라는 것을 편집해 본다. 에세이 '사랑한다는 말'과 소설 '황홀한 고통을 종이책으로 펴냈던 일이 있다. 절판된 지 몇 해 되어 전자책으로 다시 만들면서 시답잖은 글을 엮어 시라고 책을 만든다. 그림이라는 장르에 50년을 매달려 왔지만, 문학은 내 의식의 외피 같은 것이어서 대중과의 대면을 시도해 본다. 상당히 끌리는 부분이어서 십여 권 책 분량의 원고를 정리하는 대로 전자책을 만들 것이다. 판매의 승부보다는 근면한 자신과의 믿음을 실행하기 위한 걸음이다. 앞으로 자주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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